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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드100人] 솔리드, 대한민국 알앤비 전도사

등록일|2013.09.13

  • Writer : 허보영

대한민국 알앤비 전도사 솔리드
솔리드 일러스트 이미지
글쓴이 허보영 | 구성 엠넷스페셜
 

솔리드의 등장은 조용한 반란이었다. 무대에 서서 단순히 노래만 하는 발라드가수가 아니라 세 멤버의 각기 다른 개성을 바탕으로 프로듀싱, 하모니, 댄스, 힙합 비트 등 갖가지 장르를 아우르는 단단한 기본기로 1990년대 가요계에서 몇 발자국 앞서 있었다. 댄스 음악과 발라드 음악이 주류를 이루던 당시 풍조와도 분명히 달랐다. 대중은 일제히 솔리드의 이름 앞에 ‘알앤비 가수’라는 수식어를 붙였으며 그들은 그 말처럼 당시 가요계에 생소했던 알앤비라는 장르를 국내 가요시장에 안착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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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리드 은은하고도 진중한 각각의 개성
 
솔리드 앨범 1집 솔리드 앨범 2집 솔리드 앨범 3집 솔리드 앨범 4집
 

솔리드는 각자의 분업이 확실한 팀이었다. 음악의 다양성이 공존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리더이자 프로듀서 정재윤의 천부적인 감각과 능력이었다. 1995년 발매한 2집 에서는 정재윤의 손끝에서 빚어진 ‘이 밤의 끝을 잡고’와 ‘나만의 친구’로 연타를 치며 음악성과 상업성 모두를 수확했다. 또 서툰 발음이지만 정교한 보컬을 들려주었던 김조한은 알앤비라는 장르를 앞세운 솔리드의 콘셉트를 확고히 자리 잡게 해주었고, 매력적인 저음과 준수한 외모를 겸비한 이준은 솔리드의 비주얼 담당이었다. 그가 항상 지니고 다녔던 당구공 지팡이는 마스코트로 그의 당구공은 8번, 포켓볼의 솔리드 볼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다. 리더 정재윤은 늘 까만 선글라스를, 보컬 김조한은 턱 끝으로 내려오는 수염, 랩퍼 이준의 고운외모와 깊이 있는 음색 그리고 뗄 수 없는8번 지팡이까지, 캐릭터 구성에는 전혀 치중하지 않아 보였던 그들 이었지만 은은하고도 진중한 각각의 개성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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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명곡들은 아직도 온전한 상태로 남아있다. 솔리드를 추억하는 팬들의 젊음은 세월과 함께 영글었지만 이들의 노래가 가져다준 감성은 변함이 없다. 여린 노랫말에 남자다운 외모, 세련된 사운드의 3박자는 여심을 흔들기에 충분했고 여성 특유의 보호본능마저 끄집어냈다. ‘이 밤의 끝을 잡고’, ‘나만의 친구’, ‘천생연분’, ‘잠든 널 포켓 속에’, ‘끝이 아니기를’, ‘넌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이야’ 등 제목부터 설렘을 가져다줌은 물론 조심스럽고 섬세한 노랫말로 여자라면 누구나 당장 고백이라도 받을 듯이 설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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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리드 대한민국 알앤비의 절대상징
 
솔리드 사진들
 

나의 입술이 너의 하얀 어깨를 감싸 안으며/ 그렇게 우린 이 밤의 끝을 잡고 사랑했지만/

마지막 입맞춤이 아쉬움에 떨려도/ 빈손으로 온 내게 세상이 준 선물은/ 너 라는 걸 알기에 참아야겠지 <이 밤의 끝을 잡고>

 

‘이 밤의 끝을 잡고’를 부른 재미교포 출신 김조한의 보컬은 이국적이었고, 곱상한 외모를 가진 이준의 음색은 매력적이었기 때문에 아직까지도 예능 프로에서나 노래방에서 많은 사람들은 그들의 성대모사를 한다. 그만큼 솔리드의 등장은 1990년대 대한민국 알앤비의 절대 상징이었다. 이 삼인조 보컬 그룹이 등장하기 전까지 알앤비라는 단어는 흔하지 않았고, 장르도 상용화되지 않았다. 

 
정통 흑인음악을 추구하려는 리더 정재윤의 음악성과 국내 가요시장의 흐름을 익히 알고 있던 작곡가 김형석의 도움은 한국적 알엔비를 대중화시킨 결정적인 터닝 포인트였다. 솔리드 덕분에 흑인음악은 국내 음악 시장의 주류로 진입했고 본격적으로 알엔비 시장을 개척했다. 1990년대 한국의 리듬 앤 블루스의 탄생에는 많은 부분 솔리드의 성공에 채무를 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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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보영|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