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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드100人] 이상은, 삶을 노래한 보헤미안

등록일|2013.09.13

  • Writer : 윤은지

삶을 노래한 보헤미안 이상은
이상은 일러스트 이미지
글쓴이 윤은지 | 구성 엠넷스페셜
 
이상은은 ‘노마드(가치와 삶의 방식에 얽매이지 않고 끊임없이 자기를 부정하면서 새로운 자아를 찾아가는 것)’라는 단어와 잘 어울리는 가수다. 주어진 틀에서 벗어나 기꺼이 방랑하며 자아를 향한 모험을 멈추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삶의 태도는 음악에도 고스란히 반영되어 이상은 음악의 독창성을 높인다. 노래에 깃든 자유로운 세계관과 특유의 작가적 시선에 대중들은 새로운 음악적 정서와 경험을 선물 받는다.
 
이상은 자기 창조의 아티스트로 변모
 
아티스트 이상은의 시작은 아이돌 가수였다. 1988년, 서울올림픽이 개막하기 전 열린 MBC 강변가요제에서 당시 대학교 1학년생이던 그는 ‘담다디’라는 노래로 대상의 영예를 안았고 곧장 스타덤에 올랐다. 큰 키에 마른 체격, 선머슴 같은 인상으로 몸을 흔드는 무대 위의 풍모는 다른 여가수들과는 확연히 달랐고, 덕분에 많은 소녀 팬들을 이끌었다. 슬픈 가사를 밝은 멜로디 속에 숨겨 놓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담담하게 풀어내는 모습은 보는 이의 뇌리에 단번에 박힐 만큼 신선하고도 강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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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은 앨범 1집이상은 앨범 2집이상은 앨범 3집이상은 앨범 4집
 
당시 이상은이 누린 인기는 지금의 여느 아이돌 못지않았다. 이듬해 1집 를 발매하며 본격 가수 활동을 시작했고 2집의 ‘사랑할 거야’로 다시금 주목받으며 열렬한 팬덤 현상을 이어 가던 중, 이상은은 돌연 한국을 떠날 결심을 한다. 연예 활동에 대한 회의감이 컸던 탓이다. 아티스트의 길을 가려는 그에게 대중성만 가능하고 실험성은 불가한 아이돌 스타의 환경은 자기발전을 위해 깨야 할 틀이기도 했다. 일본으로, 다시 미국으로 유학을 갔다. 새로운 공부를 하며 타지 생활을 하던 중 만든 앨범이 3집이다. 
 
3집 <더딘 하루>는 이상은을 본격 싱어송라이터로 거듭나게 했다는 점에서 터닝포인트였다. 작사, 작곡, 연주 등 모든 영역에 그의 음악적 열정이 짙게 녹아 있었다. 앨범을 통한 자기표현의 의지는 그 후에도 이어졌다. 5집에서는 이상은 음악 중 가장 대중적이라 할 만한 명곡 ‘언젠가는’이 히트하며 가수로서의 존재감을 재확인시켰다. 돌아온 이상은은 이전과는 확연히 달랐다. 소년 같은아이돌 가수에서 자기 창조의 아티스트로 변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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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은 앨범 5집이상은 앨범 6집이상은 앨범 7집이상은 앨범 8집
 
1995년에 공개한 6집 <공무도하가>가 희대의 명반으로 꼽히면서 이상은 음악의 위상은 더욱 격상되었다. 첫 곡 ‘보헤미안’과 고조선시대의 고대 가요를 모티프로 한 타이틀곡 ‘공무도하가’가 그렇듯 앨범에는 보헤미안적 가치관과 오리엔탈리즘의 색채가 가득했고, 이는 오롯이 이상은만의 오리지널리티로 구축됐다. 평단과 팬들의 호응은 7집 <외롭고 웃긴 가게>에서도 멈출 줄 몰랐다. 이상은은 국경을 넘나드는 음악활동으로 자신의 영역을 확장하고, 매 앨범마다 스타일을 달리하며 시도와 변화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비밀의 화원’, ‘지도에는 없는 마을’, ‘돌고래 자리’, ‘둥글게’, ‘삶은 여행’ 등 이후 앨범들에 수록된 많은 곡들이 두고두고 언급되며 음악의 생명력을 증명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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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은 보편적인 감성을 끌어내다
 
이상은 사진들
 
이상은의 음악은 장르적으로 정의될 수 없다. 아니, 장르적인 접근을 무색하게 만든다는 표현이 더 적확하다. 자신만의 독자적 음악세계를 구축한 뮤지션에게 기대되는 건 자기표현의 극대이고 그 창작물은 장르의 억지스런 구분의 벽을 곧잘 허물기 마련이다. 이상은이라서 할 수 있는 음악이 갖는 자연스러움 자체로 온전한 것이다. 거기에 특유의 관조적 가사는 보헤미안 시인으로서의 그의 역량을 치켜세운다. 그가 만든 노랫말의 특별함은 세상을 향한 그만의 방랑자적 통찰이 빛난다는 데 있다.
 
이상은은 가수 생활 내내 최정상의 스타가 되기보다는 ‘그 자신’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애썼고, 그렇게 되었다. 14장의 정규 앨범을 낸 뮤지션으로, 때로는 작가이자 예술가로 정체성을 닦아 온 바탕에는 앞을 길게 내다보는 시야와 부지런한 자기 실험이 있었다. 또한 자기 조각의 삶은 노래 한 곡 한 곡에 순도 높게 집적되어 이상은만의 음악으로 피어났다.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그의 존재는 뚜렷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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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지|음악평론가